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해 수많은 캐릭터와 이야기들을 확장해 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페이즈’라는 구분이 존재하며, 각각의 페이즈는 마블의 제작 방향성과 세계관 전략을 반영합니다. 이 글에서는 MCU의 시작점인 페이즈1과 팬데믹 이후 새로운 흐름을 만든 페이즈4를 비교합니다. 특히 <아이언맨>, <이터널스>, <로키>를 중심으로 두 시기의 철학과 연출, 캐릭터 구축 방식을 자세히 분석합니다.
아이언맨과 페이즈1 – 영웅의 탄생과 서사의 시작
MCU의 출발점인 페이즈1은 <아이언맨>을 필두로 <토르>,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 <인크레더블 헐크> 등 핵심 영웅들의 기원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됐습니다.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은 개별 캐릭터에 집중한 서사 구조입니다. <아이언맨>에서 보여준 토니 스타크의 변화는 단순한 영웅의 힘보다는, 인간적인 결함과 성장에 초점을 맞춥니다.
토니 스타크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물이었지만, 무기 실험 중 억류된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기술이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깨닫고,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러한 서사는 관객이 캐릭터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페이즈1의 영화들은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로도 완성도가 높았으며, 전체 유니버스를 위한 기초 작업을 착실히 수행했습니다.
또한 이 시기 영화들은 현실적이고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과장된 초능력보다는 인간의 선택, 기술, 윤리 같은 주제를 다루었으며, 마블의 대중적 성공을 이끈 핵심적인 힘이었습니다. 관객에게는 익숙하고 따라가기 쉬운 영웅의 여정이었고, 히어로물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습니다.
이터널스와 페이즈4 – 신화적 존재와 철학적 세계관의 확장
페이즈4는 <이터널스>, <샹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토르: 러브 앤 썬더> 등 다채로운 인물과 설정의 확장을 시도한 시기입니다. 그중에서도 <이터널스>는 기존 마블 공식과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보여줬습니다. 수천 년간 인간을 지켜온 존재들의 시점을 통해 인간 문명과 진화, 창조주와 피조물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이터널스>는 10명의 주요 캐릭터가 등장하고, 그들의 과거와 현재, 갈등과 화합, 선택의 무게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이는 기존 히어로물의 ‘한 인물 중심 서사’와는 전혀 다른 구조입니다. 대신, 다양한 인물들의 관점과 감정이 중첩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흘러가는 구조를 택했습니다.
페이즈4의 또 다른 특징은 초능력과 세계관의 급격한 확장입니다. 더 이상 지구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우주적 존재, 신화적 존재, 멀티버스 등 복합적이고 실험적인 설정들이 등장하면서, MCU는 단순한 히어로물에서 벗어나 다층적인 장르로 진화했습니다.
로키와 TV 시리즈 – 정체성 탐색과 세계관의 재설정
페이즈4의 핵심 변화 중 하나는 드라마 시리즈의 공식 편입입니다. 그중에서도 <로키>는 영화 못지않은 완성도와 세계관 확장을 보여준 대표작입니다. 그는 시간 변이국(TVA)에 의해 체포되며 멀티버스의 존재와 개입에 대한 중심적인 역할을 맡게 됩니다.
<로키>는 단순히 스토리 전개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자유의지란 무엇인가’,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가’ 등 심오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히어로 장르에서는 흔치 않은 사유의 흐름을 제공합니다. 이는 단지 악당의 변화가 아니라, 한 인물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존재의 이유를 이해하려는 과정을 다루는 작품입니다. TV 시리즈의 도입은 마블이 서사를 확장하는 또 하나의 축이 되었으며, 영화로 다루기 힘든 심리적, 철학적 주제들을 심도 있게 조명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습니다. 특히 <로키>는 향후 MCU의 전체 흐름, 특히 멀티버스 전쟁과 관련된 주요 설정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습니다.
결론: 두 페이즈의 차이, 그리고 마블의 진화
페이즈1과 페이즈4는 단순히 시간 순서가 아니라, 마블이 관객에게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음을 보여줍니다. 페이즈1은 ‘히어로 탄생의 서사’, 페이즈4는 ‘정체성과 철학의 확장’이라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아이언맨>은 개인의 책임과 선택을 다룬 현실적인 히어로물이었다면, <이터널스>와 <로키>는 신화적 존재와 존재론적 탐구로 진입하며, MCU가 단순한 대중영화에서 철학적 작품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두 페이즈는 각각의 시대성과 관객의 요구를 반영하며 마블이 어떻게 유연하게 방향을 전환하고 확장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